손을 움직이지 않고 생각만으로 컴퓨터 마우스를 조작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일론 머스크가 공동 설립한 뉴럴링크(Neuralink)는 이러한 기술을 사람에게 적용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맨 앤 머신(Man and Machine)’, 즉 인간과 기계의 연결입니다. 그 중심에는 뇌의 신호를 읽는 장치와 그 신호를 컴퓨터 명령으로 바꾸는 소프트웨어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구분해야 합니다. 테슬라와 뉴럴링크는 별개의 회사이며, 테슬라의 슈퍼컴퓨터가 뉴럴링크의 인간 대상 임상시험에 사용됐다고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두 기술에서 AI가 하는 일을 나누어 살펴보면 훨씬 이해하기 쉽습니다.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뉴럴링크

우리가 손을 움직이려 할 때 뇌에서는 신경세포의 전기적 활동이 발생합니다. 뉴럴링크는 움직임과 관련된 뇌 활동을 기록하고, 이를 외부 기기를 조작하는 신호로 바꾸려는 기술입니다. 이를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줄여서 BCI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하면, 뇌에서 나온 움직임의 의도를 컴퓨터에 전달하는 새로운 입력 장치를 만드는 것입니다.

뉴럴링크가 2024년 공개한 N1 임플란트에는 가느다란 실 64개에 전극 1,024개가 배치돼 있습니다. 수술 로봇이 실을 뇌에 삽입하면 전극이 신경 활동을 기록합니다. 임플란트는 이 데이터를 무선으로 외부 장치에 보내고, 컴퓨터에서 실행되는 앱이 이를 커서 움직임 등의 명령으로 변환합니다.

출처: 뉴럴링크 기술 설명

AI는 ‘뇌 신호를 해석하는 통역사’

뇌에서 기록한 신호에는 “마우스를 오른쪽으로 움직여”라는 문장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여러 신경세포의 활동이 복잡한 숫자 데이터로 나타납니다.

AI와 머신러닝 기반의 해독 기술은 이러한 신호에서 움직임의 의도와 관련된 패턴을 찾아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사용자가 화면의 특정 방향으로 커서를 움직이려 합니다.
  2. 시스템이 그때 나타나는 뇌 신호를 기록합니다.
  3. 해독 모델이 뇌 신호와 목표 움직임의 관계를 학습합니다.
  4. 이후 들어오는 신호를 바탕으로 커서를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추정합니다.

외국어 통역사가 소리를 듣고 의미를 파악하듯, 해독 모델은 신경 활동을 분석해 기기 조작에 필요한 명령을 만들어냅니다. 이러한 학습과 해독 원리는 뉴럴링크가 공개한 초기 동물 실험 설명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뉴럴링크 MindPong 설명

다만 이것을 사람의 모든 생각이나 기억을 자유롭게 읽는 기술로 이해하면 곤란합니다. 공개된 커서 제어 기술의 핵심은 특정 과제에서 움직이려는 의도와 관련된 신호를 해석하는 것입니다.

출처: 뉴럴링크 임상시험 안내

슈퍼컴퓨터는 어떤 역할을 할까?

AI에서는 ‘학습’과 ‘실행’을 구분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학습은 많은 데이터를 보면서 패턴을 익히는 과정입니다. 실행은 이미 학습한 모델이 새 데이터를 받아 결과를 내는 과정입니다. 학생이 문제집으로 공부하는 것이 학습이라면, 시험장에서 문제를 푸는 것이 실행에 해당합니다.

대규모 AI를 학습할 때는 계산량이 많아 GPU나 슈퍼컴퓨터 같은 고성능 장비가 유용합니다. 하지만 AI 기술을 쓴다는 사실만으로 특정 슈퍼컴퓨터를 사용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테슬라가 개발해 온 도조(Dojo)는 차량에서 수집한 영상 데이터를 처리하고 자율주행용 신경망을 학습시키기 위해 소개된 슈퍼컴퓨터입니다.

출처: 테슬라 공식 발표 자료

반면 뉴럴링크의 공개 설명은 뇌 신호를 기록하는 임플란트와 외부 장치에서 신호를 해독하는 앱을 중심으로 합니다. 확인한 공식 자료에서는 도조가 인간의 뇌 신호 해독에 사용됐다는 근거를 찾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두 기술의 공통점은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아 유용한 결과로 바꾸는 AI’라는 데 있습니다. 테슬라는 도로의 영상 데이터를, 뉴럴링크는 뇌의 신경 활동 데이터를 다룬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사람에게 적용해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뉴럴링크는 2024년 1월 첫 인간 대상 이식을 시행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첫 참가자는 이후 시스템을 이용해 온라인 체스와 컴퓨터 게임 등을 사용했습니다.

출처: 뉴럴링크 PRIME 연구 경과

두 번째 참가자에 관한 발표에서는 커서 제어뿐 아니라 컴퓨터 설계 프로그램과 게임을 사용하는 사례도 소개됐습니다. 이는 손을 쓰기 어려운 사람이 디지털 도구를 더 독립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다만 이러한 사례는 회사가 공개한 임상시험 참가자의 경험으로, 모든 사용자에게 같은 성과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출처: 두 번째 참가자 연구 경과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

뉴럴링크의 PRIME 연구는 장치의 초기 안전성과 기능을 평가하는 임상시험입니다. 일상에서 널리 사용되는 기술이 되려면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신호를 읽을 수 있는지, 수술과 장치의 위험을 어떻게 관리할지 등을 충분히 확인해야 합니다.

출처: 미국 임상시험 등록 정보

뇌에서 얻은 데이터의 보관 방식, 접근 권한, 사용자의 통제권도 앞으로 중요하게 다뤄야 할 문제입니다.

뉴럴링크가 보여주는 가장 구체적인 가능성은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사람에게 컴퓨터를 사용할 새로운 방법을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웹을 검색하고, 글을 쓰고, 게임을 하며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일상의 선택지가 넓어질 수 있습니다.

인간과 기계의 연결이 사람의 삶에 어떤 변화를 주는지 살펴볼 때, 이러한 작은 일상의 변화가 기술의 가치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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