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 뇌 신호를 컴퓨터가 읽는 원리와 필요한 컴퓨팅 파워

먼저 바로잡을 것 — “신경전달물질을 읽는다”는 정확하지 않다

뉴럴링크가 흔히 오해받는 부분이 있습니다. 도파민이나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화학물질)을 직접 읽는 장치가 아닙니다. 대신 뉴런이 발화(fire)할 때 발생하는 전기 신호(활동전위, spike)를 전극으로 감지하는 방식입니다. 신경전달물질은 화학적 신호이고, 뉴럴링크가 다루는 것은 그 결과로 생기는 전기적 신호라는 점이 핵심 차이입니다.

1단계 — 어떻게 뇌의 전기 신호를 감지하는가

뉴럴링크의 이식 장치 N1은 64개의 실 형태 전극에 걸쳐 분산된 1,024개의 전극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전극은 사람 머리카락보다 훨씬 가는 약 4~6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유연한 실 형태로, 뇌의 운동피질(움직임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영역)에 삽입됩니다.

이 초미세 전극을 사람 손으로 삽입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R1이라는 전용 수술 로봇이 컴퓨터 비전으로 최적의 삽입 지점을 찾아 미크론 단위의 정밀도로 전극을 심습니다.

뉴런의 전기 신호는 마이크로볼트(μV) 단위로 극히 미약합니다. 그래서 이식된 칩 내부의 자체 개발 반도체(ASIC)가 이 신호를 증폭하고 디지털화합니다. 이 단계에서 1차 압축·정제가 이뤄진 뒤 무선으로 외부 기기에 전송됩니다.

실시간 추론용 소형 컴퓨팅과 학습용 데이터센터 GPU 클러스터 비교
가벼운 실시간 추론 vs 무거운 모델 학습의 컴퓨팅 파워 차이

2단계 — 어떤 AI 프로그램이 이 신호를 “생각”으로 번역하는가

디지털화된 신경 신호는 그 자체로는 의미 없는 전기 패턴의 나열입니다. 이걸 “커서를 오른쪽으로 움직이고 싶다”는 의도로 변환하는 것이 AI 디코더의 역할입니다.

뉴럴링크는 순환신경망(RNN)과 트랜스포머 모델을 결합한 방식을 사용해 복잡한 신경 활동에서 사용자의 의도를 해독합니다. 이 모델은 참가자마다 개인화되어 훈련되는데, 사용자가 “커서를 위로 움직이는 상상을 하라”는 식의 훈련을 반복하면서 모델이 그 사람 고유의 신경 패턴을 학습합니다.

PRIME 임상시험 참가자 3명이 670일 이상 이식 상태를 유지했고 4,900시간 이상 BCI를 사용했으며, 최근에는 하루 평균 6.5시간씩 독립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커서 제어 성능은 최대 초당 8.0비트(BPS)까지 나왔는데, 이는 일반 마우스 성능(약 10BPS)에 근접한 수치입니다.

뉴런 신호에서 외부 기기로 전송되는 신호 처리 과정
뉴런 발화 → 칩 내 증폭·디지털화 → 무선 전송의 3단계 흐름

3단계 — 컴퓨터 성능은 어느 정도가 필요한가

실시간 추론 (사용자가 실제로 커서를 움직이는 순간)에는 챗GPT 같은 대형 언어모델보다 훨씬 가벼운 모델이 쓰입니다. 파라미터 수 수백만~수천만 개 수준이면 충분하고, 일반적인 최신 GPU 한 장에서 10밀리초 이하 지연 시간으로 처리됩니다. 현재 임상시험 단계에서는 노트북이나 태블릿에 연결된 외부 컴퓨팅 유닛 정도로도 실시간 처리가 가능한 수준입니다.

모델 학습(개인화 및 차세대 디코더 개발)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각 사용자에게 맞는 디코더를 훈련하거나 대규모 채널 데이터를 처리하는 작업은 통상 H100, H200급 데이터센터 GPU를 여러 장 묶은 클러스터에서 이뤄지며, 최소 기준으로도 24GB 이상 VRAM을 갖춘 GPU가 필요합니다.

현재 1,024개인 전극 수를 2026년 3,000개, 2027년 1만 개, 2028년 2만 5천 개 이상으로 늘리는 게 목표입니다. 전극이 늘어난다는 건 처리할 입력 채널이 25배 가까이 늘어난다는 뜻이라, 향후에는 훨씬 강력한 온디바이스 AI 가속 칩이 필요해질 전망입니다.

뉴럴링크 전극과 수술 로봇 구조도
1,024개 전극과 R1 수술 로봇의 삽입 과정

지금까지 실제로 무엇이 가능해졌나 — 첫 이식 환자의 사례

2024년 1월 세계 최초로 뉴럴링크를 이식받은 사람은 다이빙 사고로 어깨 아래가 마비된 놀런드 아보(Noland Arbaugh)입니다. 그는 이식 이전에는 30분도 혼자 있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다음과 같은 일들을 생각만으로 해내고 있습니다.

이메일과 문자 작성 — 이식 전에는 문자 한 통 보내는 데 5~15분이 걸렸지만, 지금은 몇 초 만에 문자와 이메일을 작성합니다.

온라인 체스 — 2024년 3월 공개 라이브스트림에서 커서를 생각만으로 움직여 온라인 체스를 두는 모습이 공개됐고, 이후 체스 마스터 안나 크람링과의 실시간 대국까지 성사됐습니다. 아보는 이를 “마치 커서에 포스(the Force)를 쓰는 것 같았다”고 표현했습니다.

비디오 게임 — 문명(Civilization) VI 같은 전략 게임을 다시 즐기게 됐고, 한 번에 8시간 동안 게임을 한 적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보는 현재 주 40시간 이상을 이 시스템을 다루는 데 쓰며, 자동차나 드론, 로봇 등 물리적 기기 제어에 대한 FDA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래 전망 — 머스크가 말하는 “텔레파시”와 기억 업로드

일론 머스크는 유튜브 방송과 여러 발표에서 뉴럴링크의 궁극적 목표를 훨씬 과감하게 제시해 왔습니다. 그가 언급한 주요 비전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블루투스 기반 사람 간 “텔레파시” 소통
머스크는 뉴럴링크 칩이 블루투스로 귀 뒤에 착용하는 작은 컴퓨터, 그리고 스마트폰과 연결되며, 이를 통해 사람과 사람이 말 없이 생각을 주고받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실제로 뉴럴링크의 첫 제품명 자체가 “텔레파시(Telepathy)”입니다.

2. 컴퓨터 정보를 뇌로 역전송
현재까지 상용화된 기능은 뇌 → 컴퓨터(신호를 읽어 명령으로 변환) 방향뿐입니다. 하지만 머스크는 장기적으로 컴퓨터 → 뇌 방향, 즉 정보를 뇌에 직접 자극으로 써넣는(write)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언급해왔습니다.

3. 지식·기억의 저장과 이식
2020년 발표에서 머스크는 “미래에는 기억을 저장했다가 재생할 수 있을 것이고, 이를 새로운 몸이나 로봇 몸에 다운로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정하게 편집된 지식을 연결된 사람의 뇌에 전달해 기억하게 만드는 것 역시 그가 여러 차례 언급한 장기적 구상입니다.

다만 이 세 가지는 모두 아직 실현되지 않은 “비전” 단계이며, 신경과학자들 사이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는 점도 짚어야 합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 등은 사람 간 생각을 초고속으로 주고받는 진짜 의미의 텔레파시는 “거의 허황된 이야기”에 가깝다는 전문가 의견을 전했고, 기억을 통째로 저장하고 재생하는 기술 역시 현재 신경과학 지식으로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반면 기계가 뇌에서 정보를 더 빠르게 읽어내는 기술, 즉 마비 환자의 소통을 돕는 기술만큼은 실제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는 전문가들도 동의합니다.

정리하면, 현재 검증된 기술은 “뇌 신호를 읽어 컴퓨터 명령으로 바꾸는 것”까지이고, 사람 간 텔레파시나 지식·기억의 직접 전송은 머스크가 제시하는 장기 비전이지 임상적으로 입증된 기능이 아닙니다. 이 구분을 알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뇌파를 통한 사람 간 텔레파시 소통 개념도
AI 디코더가 뇌파 패턴을 해독해 디지털 명령으로 바꾸는 개념도

정리

뉴럴링크는 화학적 신경전달물질이 아니라 뉴런의 전기 신호를 전극으로 읽습니다. 이식 칩 내 ASIC이 1차로 증폭·디지털화하고, 외부 기기의 RNN+트랜스포머 하이브리드 AI가 이를 사용자 의도로 해독합니다. 실제 환자는 이미 이메일 작성, 체스, 게임 등을 생각만으로 해내고 있으며, 머스크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사람 간 텔레파시와 기억 전송까지 내다보고 있지만 이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장기 비전입니다.

Posted in

댓글 남기기